이런 글 저런 글

빈집 /기형도

洗心 2008. 12. 9. 15:57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 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양떼목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