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情人 --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 지본 담채, 35.6*28.2cm
눈썹달이 침침하게 내리비치고 있는 야밤중에 등불을 비춰 든 선비 차림의 젊은이가 쓰개치마를 둘러 쓴 여인과 담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이이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 호젓한 곳에서 남의눈을 피하여 은밀히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예법을 생명으로 알던 왕조 귀족들로서 비록 그 상대가 노는 여자라 할지라도 아직 새파란 나이의 젊은이가 내놓고 여자와 만나 노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층층시하에 있는 젊은 선비가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 집을 빠져나오느라 이렇게 밤 깊어서야 만난 모양이다.
여인은 밤이 늦어서야 나타난 사나이가 야속하다는 듯 여간 새침을 떨지 않으니 답답한 남자는 무엇으로 달래 보려는 듯 품속을 더듬어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서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야 두 사람이 어찌 각각 모를 리가 있겠는가, 만난 일이 반가워서 벌이는 실랑이일 뿐이다.
그래서 화제(畵題)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 兩人事兩人知)라고 하였으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이런 애틋한 사랑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澗松文華 작품 해설)
** 그림 속에 있는 달의 모양을 통해 혜원 신윤복의 활동 시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태형 천문우주 기획 대표는 '천문학 정보와 조선시대 기록을 토대로 신윤복이 그린 월하정인(月下情人)에 등장하는 달을 분석한 결과
1793년 8월 21일 밤에 일어난 월식을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신윤복은 김홍도,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 이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역사적 사실은 1758년에 출생했다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그 외 활동 기록은 전혀 없고, 당연히 작품들의 정확한 제작 시기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천문과학의 힘으로 천문학자가 정확하게 그린 날짜를 알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