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열매

때죽나무 꽃

洗心 2012. 5. 30. 14:59

모임에서 융, 건릉을 갔더니 때죽나무 꽃이 얼마나 많이 피어 있던지....

청초한 하얀 꽃들이 조롱조롱 귀걸이 같기도 하고 작은 종 같기도 합니다.

상큼한 듯 은은한 향은 또 얼마나 유혹적인지...

조금 걷다 보면 모두 코를 벌렁거리며 때죽나무 그늘로 들어 가버립니다.ㅎㅎ

 

 

꽃의 모양은 서양 종모양입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스노 벨(Snowbell)이라고 부른답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태양을 마주하는데

때죽나무 꽃은 수줍은 시골처녀처럼 다소곳이 땅을 향해 핍니다.

얼굴이 보고 싶으면 나무 밑으로 들어와 보란 듯이....

 

 

 

 

 

나무 밑으로 들어가 올려다 봅니다.

하늘의 별 같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청초하고 귀여운 꽃인데 왜 때죽나무라고 했을까요.

가을에 수백, 수천 개씩 조랑조랑 달리는 열매 머리(종자껍질)가 약간 회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 있는 것 같다 해서 '떼 중 나무'로 불리다가 '때죽나무'가 된 것이라는 설이 있더군요.

또 열매나 잎 속에는 어류 같은 작은 동물을 마취시키는 에고 사포닌이란 성분이 들어 있어서

간단한 고기잡이에도 쓰였는데 때죽나무의 잎과 열매를 찧어서 물속에 풀면

물고기는 순간적으로 기절해 버리기 때문에 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고기를 기절시킬 만큼 독성이 있다니깐 사람도 먹으면 안 되겠지요? ㅎㅎ

 

작년 가을에 서울창포원에서 찍었던 때죽나무 열매가 있어 참고로 올려 봅니다.

정말 스님들 머리 같나요?ㅎㅎ

 

 

 

 

 

 

열매에는 기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예부터 등잔불을 켜거나 머릿기름으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친형 제격인 쪽동백나무 열매와 함께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북쪽 지방에서 동백기름의 대용으로 쓰였다네요.

최근에는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식물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때죽나무는 공해 물질을 대규모로 배출하는 공장 가까이서도 잘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도심의 숲에서도 때죽나무가 잘 자라나 봅니다.

그렇다면 예쁜 꽃과 열매를 감상할 수 있고 공해에도 잘 견디는 때죽나무를 가로수로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로수로 적당한 나무가 없다고 버즘나무, 은단풍, 중국단풍, 튤립나무 등을 수입하고

말썽 많은 벚나무 심기에 열 올리지 말고 청초한 꽃을 자랑하는 때죽나무를 비롯하여

가로수로 알맞은 토종 우리 나무를 심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진 교수의 궁궐의 우리 나무'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