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돌아보기

왜목마을을 들리다.

洗心 2023. 3. 12. 12:16

풍도는 대부도에서 약 24km
서산 삼길포항에서 약 14km 떨어진,
해안선 길이가 5km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예로부터 단풍나무가 많아 '楓島'라고 불렀지만
청일전쟁 때 이곳 앞바다에서 청나라 함대를
기습하여 승리한 일본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豊島'로 표기한 뒤로 우리 문헌에도 '豊島'로
표기되어 왔으나 최근에 다시 '楓島'로 돌아갔다.

풍도를 알게 된 것은 대략 20년 전....
야생화에 매료되어 풀꽃 카페를 들락거리게 되었는데
회원 중에 풍도 근처에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풍도가 야생화 천국이라고
알려 주셔서 카페에서 단체로 배를 빌려 영흥도에서 갔었다.
나는 2005년인가 회원들과 함께 처음 갔었고
섬에 도착하여 몇 채 안 되는 초라한 집들 사이를 지나
산길(언덕이라 해야 할)을 오르자
수호신처럼 서 있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고
그 주변은 완전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야생화의 천국이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을 '천상의 화원'이라 하겠지...
발 밑에 핀 복수초, 변산바람꽃과 노루귀,
꿩의바람꽃에 반해 더 올라갈 생각도 않고
사진을 찍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고수들은 저만치 올라가 버리고 없었다.ㅎ
아무튼 그 뒤로 2번을 더 갔었는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훼손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다 그 뒤로 바빠서 풍도는 잊고 살았다.

올해 코로나 기간 동안 강제 휴식기를 가진
풍도가 생각이 났고 마침 여행카페에서
풍도 공지가 떴기에 신청을 하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15년 만에 가게 된 풍도인데
삼길포항에서 도착하니 9시 30분에 출항하기로 했던 배가
짙은 안개로 떠날 수가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왜목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며 출항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덕분에 일출,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왜목마을을
여기도 거의 15년 만에 가게 되었는데 식당과 모텔이 많아져서
조용하던 옛날의 모습과는 해변이 정말 달라져 있었다.
해변의 독특한 돌들을 구경하며 바닷가를 거닐다
12시 가까이 되도록 소식이 없자
오늘은 못 떠나겠구나 하고 이른 점심을 (우럭매운탕이 정말 맛있었음)
먹고 나니 출항한다는 연락을 받고 풍도로 갈 수 있었다.
이제는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풍도여행
날씨 탓에 만족스러운 꽃은 못 봤지만
여행은 늘 그렇듯 떠날 때 두근대는 마음과
돌아와 사진을 보며 추억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또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목마을

#에브리데이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