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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 본문

시선이 머무는 곳

소리의 뼈

洗心 2014. 9. 9. 13:04

 

 

 

 

 

 

 

 

 

 

 

 

 

 

 

 

 

 

 

 

 

 

 

 

 

 

팔현 2리로 해서 다래 산장에

차를 대고 천마산 산길로 접어들면

정상까지 내내 계곡 따라 올라간다

콸콸~~

비가 많이 와서 계곡 물소리가 요란하다

봄과 달리 여름에는 산길이 안 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졌고 등산객도 드물고

휴대폰도 먹통이 되는지라 혼자 오르기에는

조금 불안감을 느낄 정도이다

그러나 진분홍, 노랑, 연분홍.... 물봉선, 고마리가

색깔별로 완전 꽃밭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금방 마음은 기쁨으로 벅차오른다

 

서울을 벗어나 조용하게 몇 개월 살았다고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소음 때문에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들리는 산길에서

조용히 귀 기울이던 습성 때문에

도심의 소리가 더 예민하게 들려서 그런가 보다

 

소리의 뼈/기형도

 

김 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 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 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 군은 그것은 숨은 의미라고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다음 학기부터 우리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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