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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울고 간다

洗心 2006. 1. 4. 14:53

창 밖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따끈한 차 한잔 홀짝이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자니
순박한 시골소년 같은 시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2005년 미당상 수상자로 문태준 시인이 뽑혔다는 기사네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서 가자미처럼 엎드린 채
앓다 가신 큰 어머니를 이야기하던 시인이었죠
김천 읍내에서 30리 더 들어가는 봉산면 태화리에서 나고 자랐다니
왠지 추풍령 언저리 어디선가 만났던 분처럼 느껴집니다.
수상작 '누가 울고 간다'
가슴 한쪽이 짠하네요.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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