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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다리

洗心 2006. 4. 1. 10:01

강원 영월과 정선에는 유독 오지 마을이 많다. 굽이치는 강줄기가 이 마을 저 마을 지나면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은 까닭이다. 문명의 혜택은 이곳에도 통하는 말일까, 싶다.

거기 사람들이 자연을 재료 삼아 길을 냈으니 그것이 섶다리이다. 섶다리는 Y자 모양의 나무를 뒤집어 다릿발을 세우고, 통나무를 기둥삼아 낙엽송으로 만든 서까래에 소나무 가지와 흙을 다져 만든 간이 나무 다리이다. 나무와 흙 그게 전부이다. 못 하나 사용되지 않은 원초적 다리.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섶다리가 처음 놓인 곳은 영월의 주천강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강폭이 좁고, 깊지 않아 높이 1m 남짓한 섶다리를 놓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섶다리는 마을 화합의 상징이다. 해마다 11~12월이면 동네 청년들이 모여 다리를 놓는 풍경은 바로 협동의 현장이었다. 흔한 재료에 제작 방법도 간단하니, 마을 장정 20~30명이 사흘이면 다리 하나를 만들어 냈다. 자연에 철저히 순응하는 인공물의 사용 기간은 길지 않다. 이듬해 여름 장마에 쓸려가면 다시 겨울을 기다렸다가 섶다리를 만드는 식이다.

물론 옛날 이야기이다.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이 행사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소중한 옛 것이 시나브로 없어진 것이다. 하기사 강 곳곳을 가로지른 콘크리트 다리들이 섶다리를 대신하고 있는 요즘, 굳이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을 터이다.

그 섶다리가 부활의 바람을 타고 있다. 4~5년 전 관광용으로 옛 풍물이 아쉬웠던 것이다.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청년들이 마을 앞 강가에 길이 50m 남짓한 섶다리를 놓고, 벌인 축제였다.

1㎞ 떨어진 강 상류에 번듯한 콘크리트 다리가 있지만 부활한 전통 다리는 도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푹신한 흙길을 걸을 때 오는 편안함과 운치, 여기에 TV 매체의 힘까지 가세했다. 드라마 ‘장길산’에 섶다리가 자주 노출된 것이다.

애초 관광용으로 출발한 섭다리에의 수요는 뒤를 이었다. 이번에는 섶다리의 종가를 자부하는 주천면 주천리 주민들이 주천강에 섶다리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이름하여 ‘쌍섶다리’를 들고 나왔다. 마침 단종의 죽음과 관련한 쌍섶다리의 애틋한 사연이 더해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삼촌 세조에게 왕위를 뺏기고 영월로 유배온 단종이 1457년 사약을 받고 승하하자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그 감정은 200년 넘게 지속됐다. 1699년 숙종이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강원관찰사에게 단종묘를 참배토록 했으나, 그들이 타고 온 사인교(四人轎)로는 섶다리를 건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이 양쪽에서 별도의 섶다리 놓기 경쟁을 벌인 것이 유래가 됐다. 힘든 노동이지만 마음은 즐거웠을 터이니, 노랫가락 절로 났을 법 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쌍섶다리 민요이다.

“장릉 알현 귀한 길의/ 강원 감사 그 행차가/ 에헤라 쌍다리요/ 편안히 건너도록/ 감사다리 놓아주세”로 시작되던 민요 가락은 “다리발을 헛박아서 무자식을 한탄한다”는 신세타령으로 마무리된다.(펌글)

 



 

섶다리의 노래
             
                應寶


헐벗은 나무와
힘없는 지푸라기를
엮어다 혼을 불어넣고
생명의 불을 지펴
사람들의 디딤돌로
다시금 태어나
행복하다는 섶다리

겨울 한파에
개울이 꽁꽁 얼어도
제다리 시린 줄도 모른 채
임 반기듯 은은한 미소만
머금은 채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꽃바람과 함께
동네 아낙네 한바탕 수다도
질펀한 노인네 삶의 애환도
꼬맹이 깔깔대는 장난에도
너울너울 춤을 추며 울고 웃는다

생명으로 태어났으니
아낌없이 다 주리라는
섶다리의
소리 없는 사랑노래는
뼈대만 남아도
끝날 줄 모르니
나도 불현듯
노래 부르고 싶다

.

.


 그냥 가면 섭섭하지요.

그냥 지나쳐 왔으면 정말 섭섭할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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