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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 박상진교수님의 글

洗心 2006. 5. 21. 16:59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이밥은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시대에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하였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꽃의 여러 가지 특징이 이밥, 즉 쌀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팝나무는 키가 20~30m나 자라고 지름도 몇 아름에나 이르는 큰 나무이면서 5월 중순, 아카시아 꽃과 거의 같이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을 가지마다 소복소복 뒤집어쓰는 보기 드문 나무이다.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꽃잎 하나하나는 마치 뜸이 잘던 밥알 같이 생겼고, 이들이 모여서 이루는 꽃 모양은 멀리서 보면 쌀밥을 수북이 담아 놓은 흰 사기밥그릇을 연상하게 한다. 꽃이 필 무렵은 아직 보리는 피지 않고 지난해의 양식은 거의 떨어져 버린 보릿고개이므로 주린 배를 잡고 농사일에 열중하면서도 풍요한 가을을 그리면서 헛것으로라도 쌀밥이 보이기에 이팝나무 꽃은 너무 닮아있다.

이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꽃피는 시기가 대체로 음력 24절기의 입하(立夏) 임시이어서 입하 때 핀다는 의미로 입하나무로 부르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라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입하목‘으로도 부른다니, 발음상으로 본다면 더 신빙성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의 우리 선조 들이 자연스럽게 붙여놓은 이름을 오늘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말하기는 어렵다. 둘 다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더더욱 쌀농사의 흉풍년과 관계가 있으니 나름대로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경상북도 남부에서 전라북도의 중간쯤을 잇는 선의 남쪽에 주로 자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만도 7그루나 되어 은행나무, 소나무, 느티나무에 이어서 네 번째로 많은 나무이다. 이외에도 시도기념물, 보호수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며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팝나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신천리의 천연기념물 307호이다. 대부분 정자목이나 신목(神木)의 구실을 하였으며, 꽃피는 상태를 보고 한해의 농사를 점쳤다. 습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는 이팝나무는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면 풍년이 들고 반대의 경우는 흉년이 든다고 한다. 땅속의 수분이 충분하다는 것을 뜻하니 풍년이 드는 것은 풍년이 드는 것이다. 이런 나무를 우리는 기상목 혹은 천기목(天氣木)이라하여 다가올 기후를 예보하는 지표나무로 삼았다.

이팝나무는 일본과 중국의 일부에도 자라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처음 본 서양인들은 쌀밥을 알지 못하니 눈이 내린 나무로 보아 눈꽃나무, snow flower라 하였다. 학명(學名)을 만들면서도 라틴어로 희다는 뜻의 Chio와 꽃을 의미하는 anthus를 합쳐서 Chioanthus라 하였다.

어린줄기는 황갈색으로 벗겨지나 나이를 먹는 나무의 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깊게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타원형이며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이며 표면에는 매끈한 광택이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의 모양이나 크기가 언뜻 보면 감나무 비슷하다. 열매는 콩깍지 모양이고 짙은 푸른색이며 9~10월에 익고 겨울까지 계속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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