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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풍경

제주도 올레길 12코스

洗心 2013. 5. 28. 17:52

다음날 12코스를 걷기 위해 전날 걸었던 11코스의 끝 지점인

무릉 생태학교로 택시 타고 이동했다.

 

거리 17.5km 우정의 길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 많은 곳이다.

무릉2리부터 용수포구 절부암까지 들과 바다, 오름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드넓은 들에서 보는 지평선과 옥빛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은 정말 절경이었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 생이기정 바당길(새가 많은 절벽이라는 뜻으로 제주 올레가 붙인 이름)'로 접어든다.

 

조금 걷다 하니 보리밭이 일렁인다.

조금 걷다 하면 길이 예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찍고 있는 사람을 또 찍고....

서명숙 씨가 올레길 걸으며 안 하던 짓도 해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젊은 아이들처럼 폴짝폴짝 포즈도 취해 보고....ㅎㅎ

 

곳곳에 보리밭이 바람에 일렁이며 우리를 붙들어 걸음을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자유다!~~~

보리밭의 여전사들 4 총사 ㅎㅎ

걷다 하니 올레 전 코스를 걷고 있던 부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들 단체사진을 찍어 주셨다.

사진 찍기를 취미로 하신다는 남편분은 퇴직하자마자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왔는데

6개월 동안 재활치료로 많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가 남편의 건강을 위해 같이 올레길을 걷는다고 하였다.

전 코스를 쉬엄쉬엄 다 걷고 2달 뒤에 서울로 돌아가신다고 했다.

결혼할 때 주례사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 바로 

" 힘들 때나 병들 때나 항상 사랑하며...."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 말이 얼마나 실천하기 힘든 말인지는 오래 살아본 사람은 안다.

병든 남편의 회복을 위해 같이 길에 선 아내....... 참 아름다웠다.

나도 남편 퇴직 후에는 같이 올레길을 걸어야지 하고 다짐을 해본다.

 

평소 안하던 짓.... 요염한 포즈....

우후!~~ㅎㅎ

꽃 한송이 머리에 꽂고 가슴 부푼 소녀가 된다.

 

 

아이들처럼 장난도 치고...

폐교를 도예학교로 만들었다.

담장을 백정화 나무로..... 아름답다.

산경 도예

 

다도교실...

예절도 배우고 도자기 만드는 실습도 하는 곳이다.

바람에 몸을 맡긴 보리....

보리처럼 자연의 일부로 순응하며 살리라.....

 

양배추꽃을 처음 보았다. 

양배추꽃이 밭을 이루고 있네

양배추 꽃밭이 멀리 파란 바다와 하늘이 어울려 정말 아름답다.

 

 

길 가에 많이 피어 있어 무슨 꽃일까 했는데

'국화잎아욱'이라고 한다.

 

잎이 국화잎을 닮았다.  우리 꽃은 아니고 외래종이란다.

검은 돌과 초록, 연두 그리고 황톳빛 흙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그림이다.

 

 

바닷가에 당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해녀들이 물질하기 위해 바다로 가고 있다.

물질이 워낙 힘든 일이다 보니 이제 나이 드신 분들 뿐이라 한다.

걷는 것도 힘들어 지팡이 짚고 다니는 80 이상 된 해녀들도

물속에만 들어가면 물질을 거뜬히 해 낸다고.....

그분들이 죽고 나면 해녀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엉덩이는 따끈따끈....

이 보다 더 좋은 찜질방은 없으리라

등은 따끈따끈 바닷바람은 시원하여 상쾌 통쾌!~~

 

그래 쉬어 가자....  하늘을 지붕 삼아....

 

그 부부를 다시 만났다.

배낭에 '간세' 마스코트를 달고 계셨다.

 

편지함인데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예쁜 카페가 있어 잠시 쉬어 가려고 했는데

주인도 없고 실내는 푹푹 찌듯이 더웠다.

장사가 안되나 보다.

 

기상대 앞을 지나고....

점심시간도 훌쩍 지나고 날씨가 더워서 점심도 먹고 쉬고 싶은데

차귀도까지 가야 한단다.

 

정자에서 남은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

돈나무 꽃

갯쑥부쟁이

 

 

수월봉 화산쇄설암층

다양한 퇴적구조가 관찰되어 화산학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차귀도가 보이는 지구 내포 구에서 점심으로 전복 성게국을 폭풍흡입.....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전복 성게국.... '국물 맛이 끝내 줘요'....ㅎㅎ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수자네 가게로 나왔던 집

자주괭이밥

생이기정

제주어로 새를 뜻하는 '생이'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 이 합쳐진 말로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길이란 뜻을 담고 있다. 

 

 

물빛이 그야 말고 옥빛이다.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기념성당

김대건 신부님이 승선한 배가 표류하여 제주도에 닿은 곳을 성지로 기념관을 세웠다.

천주교 신자라면 꼭 들려 볼만한 곳이다.

 

 

 

 

 

 

드디어 12코스 끝 지점인 용수포구에 도착했다.

 

 

12코스 끝이면서 13코스 시작점이다.

 

 

택시를 타고 마지막 숙박할 곳 한화콘도로 향했다.

마지막 밤을 보낸 콘도에서....

수수꽃다리님이 선물로 주신 티셔츠로 갈아 입고 마지막 인증샷....

그날 밤 벨리댄스 공연도 있었고 배꼽 잡는 일도 많았지만 지면상 생략....

행복했던 길이었고 꿈같이 흐른 시간이었다.

다시 내년을 약속하며 우린 단꿈을 꾸며 잤다.

" 심 들다 이제 우리 손 놓고 그만 자자!~~" ㅎㅎ 

 

이렇게 우리의 올레길 여행은 끝났다.

제주공항에서 가을 하늘과 수수꽃다리는 대구행 비행기를

나는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껴안았다.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이 왜 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울었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 이란 시이다

하이쿠처럼 단 몇 줄로 내 마음에 딱 와닿는다.

 

나이 50 이면 '지천명'이라 세상의 이치를 아는 나이라고 했다.

그러나 50이 지나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세상의 이치를 다 알지 못하고

분산스러운 마음을 다스릴 줄도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올라가며 못 봤던 꽃들이 이제 내려가면서 조금씩 보인다는 것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우리 인생길처럼 힘든 길도 있고 지루한 길도 있다.

힘든 길도 곧 끝날 것을 알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고

지루한 길은 재밌는 일을 만들어 즐거움을 찾을 줄도 알았다.

제주도 올레길을 다 걸어 보겠다는 집념을 가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걷다 중단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길이 있어 좋았고 같이 걸을 친구가 있어 행복하였다.

제주도 올레길 3박4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보람도 있었고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가득했기에 

우리는 또다시 길 위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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