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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洗心 2006. 7. 29. 16:13

 

 

 

야생화모임 회원들과 영화 '왕의 남자'를 보러 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잘 찍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순수제작비 40억 원대....

피터 잭슨감독의 킹콩이 20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만든데 비하면

이준익감독이 만든 왕의 남자는 그야말로 '조족지혈' 

그러나 감동은 그에 못지않았다.

원작은 연극 '이(爾)'의 김태웅 씨 희곡을 시나리오로 다시 각색한 영화이다.

 

줄거리는 천민인 장생과 공길의 광대 패거리가 광대기질이 넘치는 왕 연산의 궁궐에 들어가 한바탕 놀이판을 벌이는 줄거리이다.

여기에 노회 한 내시 처선, 광대패의 일원인 육갑, 칠득, 팔복등 개성 있는 조연이 골고루 영화에 살을 붙인다.

 

젊은 관객은 여장남자 공길을 둘러싼 사랑을, 중년은 광대놀음에 빗댄 권력풍자의 재미에 주목하는 것 같다.

매관매직을 일삼는 부패권력에 대한 풍자극이 등장하고 중신들에게 휘둘리는 연산군의 울분에서는 현실정치에 대한 은유도 읽힌다.

 

"지겨운 놈의 세상, 한판 신나게 놀면 그뿐"

이라는 영화 속 장생의대 사는 왕과 광대라는 역학관계를 뒤집는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다.

왜냐하면 동성애적인 영화라 해서 어쭙잖게 마음불편한 영화일까 봐.....

그러나 이준기라는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감하면서

연산군과 공길의 서로 연민이 가득한 사랑은 동성애라는 거북살스런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남사당패의 신나는 줄타기 장면과 한판 휘돌아 치는 장단

그리고 오늘날 정치판과 비슷한 사회에 대한 실낱 한 풍자까지......

 

공길과 장생의 마지막 장면.....

눈이 뽑혀 장님이 된 장생과 공길이 줄타기를 하다가

줄의 반동을 이용해 하늘로 높이 치솟아오르며 영화는 멈춘다.

죽어서도 광대로 다시 만날 것을 암시하며.......

 

** 영화 속에서 공길과 장생의  봉사놀이 중 둘이 나누는 대사가 난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봉사가 서로 반가워서 껴안으려고 달려가지만 안 보이니 어긋나기만 하자

한 봉사 왈  ' 아니 어디 있는 게야?"

또 다른 봉사 왈  "  나는 여기 있고 너는 그~기 있지!"

또다시 서로 마주 보고 달려 가지만 이번에도 어긋나고...

" 어디 있는 게야?"

"너는 그~기있고 나는 여기 있지!"

 

이 말속에는 연산군과 공길, 장생과 공길. 연산군과 장녹수의 관계가 있고

더 나아가 우리들 인간관계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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