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바라본 풀꽃세상

24년 전에 묵었던 민박집을 만나다. 본문

시선이 머무는 곳

24년 전에 묵었던 민박집을 만나다.

洗心 2012. 4. 13. 15:17

어제는 국사암에서 시작하여 쌍계사 십리벚꽃길로 해서 화개장터까지 걷기를 하고 왔다.

그런데 쌍계사 바로 앞에서 25년 전에 하루 머물렀던 민박집을 만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1988년이니깐 24년 전....

그러니깐 둘째 아들이 태어 나기 바로 전이었고 큰아들은 4살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부부는 돌아다니는걸 좋아했는데

둘째가 태어나면 몇 년 여행하기 힘들다고

남편의 겨울방학을 맞아 12박의 야심 찬(?) 여행을 계획하고 길을 떠났다.

먼저 서울로 올라가 친척들 찾아뵙고 이틀을 지낸 후 서해 쪽으로 죽~ 내려가면서 

보고 싶었던 곳을 들리는 일정이었다.

그때는 자가용이 없을 때라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다녔나 싶다.

커다란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4살 꼬맹이 큰아들 손잡고 

추운 줄 모르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했네 대단했어...

수덕사 들리고 변산반도 채석강으로 해서 다시 전주, 광주를 들린 다음 하동, 구례로 갔다.

그리하여 쌍계사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는 오후가 되어 쌍계사 입구 민박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바로 그때 머물렀던 민박집을 어제 만나게 된 것이다.

국사봉에서 출발하여 내려오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조금 내려오다 하니

오른쪽에 낡은 한옥이 눈에 들어 왔다.

아!~~~~  24년 전에 머물렀던 그 민박집이닷!~~

얼마나 반갑던지...... 단숨에 달려갔다.

 

 

이제는 많이 낡아 담장은 허물어질 것 같고 지붕은 세는지 비닐덮개를 쳐 두었다.

 

 

 

대문 앞으로 다가갔더니 못 들어가도록 줄을 쳐놓고 출입금지라고 써있었다.

도원 암(桃園菴).......

지금은 사찰에 팔렸는지 " 사찰암자로 내부수리 중(민박은 하지 않음)"이라고 대문에 적혀 있었다. ㅠㅠ

 

 

출입금지라고 되어 있었지만 대문이 빼꼼히 열려 있기에 안으로 살짝 들어가 보았다.

아!~~ 24년 전 모습 그대로였다.

스님들이 머물고 계신지 빨래도 널려 있었고....

 

 

저 노란 마루는 민박집주인의 노모가 반질반질하게 닦고 계셨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을 것이다.

민박집주인은 교사로 정년퇴직하신 분이었는데 이 집을 퇴직하기 전에 구입하셔서 가꾸었고

퇴임 후에는 아예 이 집으로 이사를 와서는 민박을 하며 노모를 모시고 산다고 하였다.

소박하지만 따끈한 온돌방은 깨끗하고 새하얀 호청 이불이며 화장실까지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그런 민박집이었다.

 

 

이 사진은 바로 위의 집 마루 앞에서 찍었던 25년 전 사진이다.

아들과 똑같이 노란 옷을 입고...ㅋㅋ

할머님이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았던 마루와 하얀 문종이를 바른 문

아직도 어제 일처럼 정갈하게 기억난다.

 

 

이 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다실

아직 그대로 있어 또 감격....

마당 가운데에 사방 유리로 된 다실이 있었다.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정말 예뻤다. 

등나무를 비스듬히 올려 여름에는 등나무 향기며 마당의 온갖 꽃들 때문에

얼마나 예뻤을까 상상해 보았다.

겨울에 이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오랜 시간 머물며 나중에 우리도 전원주택을 지으면

이런 다실 꼭 만들자며 남편과 꿈을 꾸었다.

 

 

그렇게 맘에 들었던 그 다실이 25년 세월을 훌쩍 넘어 그대로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였다.

 

 

笑笑茶室

이런 다실에서 차를 마시면 저절로 웃음이 날 것이다.

 

 

다시 봐도 예쁘다.

마당 넓은 집을 가진다면 이런 다실 꼭 만들고 싶었다.

 

 

아래 사진은 25년 전 바로 저 민박집에서 하루 머물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4살짜리 꼬마 아들과 함께...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껴 입고 다실에 나와 앉아 차도 마시며 놀았다.

 

 

다 둘러보고 나서 되돌아 나오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얼마나 이상하던지.....

오래전 첫사랑과 만났다 헤어지는 기분이라 하면 너무 오버하는 건가...ㅎ

 

 

낡은 담장과 담쟁이덩굴....

지난 세월을 말해 주었다.

 

 

 

"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지는구나

  그렇구나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게 삶이로구나 "

 

'시선이 머무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어디서든 아름답다.  (0) 2012.04.25
꽃비 맞으며 걸었던 십리벚꽃길  (0) 2012.04.13
홍릉수목원에서...  (0) 2012.04.10
송도 센트럴파크  (0) 2012.04.09
경희궁 (慶熙宮)  (0) 2012.02.0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