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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洗心 2007. 12. 21. 23:13
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며칠 전 아침시간 방송에 신달자 시인이 나왔는데
최근작 ' 여보 비가 와요' 를 낭송하고 한 말씀이 마음에 와 닿더군요.
남편이 오랫동안 병석에 있어 자신을 너무도 힘들게 했는데
항아리속에 잡아온 물고기를 오래 살게 하기 위해서 가물치를 넣어두니
가물치를 피해 다니느라 가물치에게 물고 뜯기고 하면서도 물고기만 넣어둔 다른 항아리의
물고기보다 오래 사는것처럼 그 고통이 시인을 살아 있게 한 힘이었다는것입니다.
남편을 떠나보낸 요즘 남편이 살아 있을때 별 의미없이 일상적으로 나누었던 대화
" 밥 더 줘요? 국 싱그워요?...."
 "어머~ 여보 밖에 비가 와요......"
이런 소소한 대화가 그립다고.....
남편이 내게 아무것도 해 준게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소소한 대화를 마음편히 남편에게 할수 있었다는것이 바로 시인에게 해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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