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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깃든 거침없는 붓질에 반하다..오원 장승업 화파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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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 깃든 거침없는 붓질에 반하다..오원 장승업 화파전

洗心 2008. 5. 22. 20:12
 

조선의 3대 천재 화가를 꼽으라면 단원 김홍도(1745∼?),

혜원 신윤복(1758∼?), 오원 장승업(1843∼1897)이다.

모두 ‘원’으로 끝나는 호 덕분에 ‘삼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 후기를 풍미했던 오원 장승업은 기이한 화가다.

출생이 불분명한 그는 서울의 한 지물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오원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제(畵題·그림 위에 쓰는 시문)가

한 사람의 필체가 아니라 모두 제각각인데 이는 오원이 전혀 글을 모르는 일자무식임을 보여준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은 “오원은 일자무식에다 천부적인 화재(畵才)를 타고난 화공이었다.

대상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추상해낼 학식도 판단력도 없었다.

 다만 감각적으로 회화미를 표출해 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오원은 ‘일자무식’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만큼은

탁월해 자유분방한 그림을 그렸다.

물론 무식한 탓에 유치하고 서툴러 허술한 단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런 점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친근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왜곡과 과장을 통한 해학적 미의 발현, 이것이 오원화풍의 특징이다.

이 같은 그의 화풍은 조선 시대 최후의 화원화가인 소림 조석진(1853∼1920)과

심전 안중식(1861∼1919)에게로 이어졌으며

백련 지운영(1852∼1935)과 강필주도 오원에게 직접 배운 적은 없으나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심전은 다시 오원의 화풍을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심산 노수현(1899∼1978)에게

전함으로써 오원은 현대 한국 동양화의 시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전의 두 제자인 청전은 홍익대 동양화과를, 심산은 서울대 동양화과를 창설함으로써

국내 미대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서울대·홍익대 동양학파가

모두 오원 화풍을 잇고 있는 셈이다.

머뭇거림 없는 붓 놀림으로 표현한 생동감과 해학적인 미가 물씬 풍기는

오원화풍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02-760-0442)에서

열리고 있는 ‘오원 장승업 화파전’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시내와 산은 끝이 없다는 의미의 ‘계산무진(谿山無盡)’이 일반에게 처음 공개된다.

강변의 한적한 풍경을 세련된 필치로 그려낸 이 ‘계산무진’은 좌우의 길이가

2m가 넘는 두루마리 형태로서 서양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기획전 형태로 일부 공개됐던 ‘어자조련(御者調鍊·말몰이꾼이 길들이다)’

‘종미환행(從尾環行·꼬리를 따라 돌다)’  ‘몽니정관(蒙泥靜觀·뒹구는 것을 바라보다)’

‘호치비주(豪馳飛走·호쾌하게 치달리고 날듯이 달아나다)’ 등이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특히 한 폭에 2마리씩 8마리의 말을 4폭에 나누어 그린 이 작품들은

본래 장승업의 후원자 중 한 사람이었던 민영환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오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삼인간년도(三人間年圖)’ ‘송하녹선(松下鹿仙)’

그리고 오원이 산수와 인물을 주제로 그려낸 총 10폭의 그림인 ‘귀거래도’ ‘우과만벽’ ‘산인영객’ ‘백운청계’

‘장려간산’ ‘도원상루’ ‘암하분류’ ‘운중추성’ 등이 공개된다.

중국풍의 신선도가 오원에 의해 조선풍으로 바뀐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람은 무료.


 

 

 

 

 

 왼쪽부터 장승업의〈귀거래도(歸去來圖)〉, <백운청계(白雲淸溪)〉, 〈불수앵무(佛手鸚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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