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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 문태준

洗心 2008. 11. 28. 19:07

운문사 뒤뜰 은행나무

 

                                                - 문태준 - 

비구니 스님들 사는 청도 운문사 뒤뜰 천년을 살았을 법한 은행나무 있더라

그늘이 내려앉을 그늘 자리에 노란 은행잎들이 쌓이고 있더라

은행잎들이 지극히 느리게 느리게 내려 제 몸 그늘에 쌓이고 있더라

오직 한 움직임

나무는 잎들을 내려놓고 있더라

흘러내린다는 것은 저런 것이더라 흘러내려도 저리 고와서

나무가 황금사원 같더라 나무 아래가 황금연못 같더라

황금빛 잉어 비늘이 물속으로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더라

이 세상 떠날 때 저렇게 숨결이 빠져나갔으면 싶더라

바람 타지 않고 죽어도 뒤가 순결하게 제 몸 안에 다 부려놓고 가고 싶더라

내 죽을 때 눈 먼저 감고 몸이 무너지는 소릴 다 듣다 가고 싶더라

 

 

 

 

 

 작년 나미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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