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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무는 곳

연두빛 봄(2)

洗心 2011. 4. 2. 16:46

 

2008년 4월의 주산지

 

 

 

 

 

 

 

주산지의 왕버들

 

누군들 젖지 않은 생이 있으랴마는

150년 동안 무릎 밑이 말라본 적이 없습니다

피안은 바로 몇 걸음 밖에서 손짓하는데

나는 평생을 건너도 내 슬픔을

다 건널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은 왜 낙타로 하여금

평생 마른 사막을 걷도록 하시고,

저로 하여금 물의 감옥에 들게 하신 걸까요

젊은 날, 분노는 나의 우듬지를 썩게 했고

슬픔은 발가락이 문드러지게 했지만,

이제 겨우 사막과 물이 둘이 아님을 압니다

이곳에도 봄이 오면 나는 꽃을 피우고

물새들이 내 어깨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제 피안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않는 것은

나의 슬픔이 나의 꽃인걸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반칠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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