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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을 그리워 하며 가곡 '동무생각'을 듣다

洗心 2011. 5. 30. 15:02

금요일 늦은 시간 TV를 보다 하니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사 '동무생각' 이 흘러나오면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나오길래

깜짝 놀라 TV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아 보았습니다.

지난 5월 7일 대구의 몽마르트르라 불리는 청라언덕 선교사 박물관 앞에서

박태준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고 하네요.

음악회에서 대구시립합창단이 부른 '동무생각'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동산병원과 제일교회 그리고 청라언덕, 선교사 주택들, 계산성당과 계성고등학교, 신명여고 등

눈에 익은 추억의 장소들이 화면에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얼마나 반갑던지....

옛날 학창 시절 오르내렸던 그때의 풍경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빨간 벽돌에 담쟁이덩굴로 덮인 선교사 주택들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더군요.

 

선교사 박물관  전경 <이미지 펌>

 

신명여고 시절....

2학년이 되면 분단별로 돌아가면서 일주일 동안 생활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사감 선생님에게 큰절하기, 식사예절 등 예절지도를 비롯 꽃꽂이, 다과상 차리기 등 

여러 가지 가사실습을 하였습니다.

그 생활관이 바로 위의 사진과 비슷한 모양의, 학교 교정 안에 있던 선교사들이 살았던 주택이었지요.

파란 잔디와 빨간 벽돌 이층 양옥집인데 빨간 벽을 타고 담쟁이덩굴은 얼마나 번성하였던지

창문만 빼꼼 내놓을 정도로 덮었고 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장미가 피어 있고 키 낮은 하얀 담장에는

덩굴장미가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집이었습니다.

생활관 생활은 누구나 손꼽아 기다렸어요.

집을 떠나 일주일 동안 조별로 식사 당번도 하고 설거지도 하였는데

이때 웃기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답니다.

다음날 사용해야 할 식품을 밤에 몰래 누군가 먹어버려

사감 선생님과 보조선생님에게 단체 벌을 받기도 하고....ㅎㅎ

마지막 날은 어머니를 초대해서 그동안 배웠던 다과상 차리기를 해서

대접하고 큰절도 드리고 기념사진도 찍고 했지요.

 


         현재 의료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챔니스 주택 <이미지 펌>

 


           교육 ·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블레어 주택 <이미지 펌>

 

'동무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1901~1986)은 대구 계성고등학교 학생일 때 청라언덕을 걸으며 등교하다

늘 만나게 되는 한 여고생(신명여고 학생)을 보고 첫사랑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제대로 붙이지 못하던 그는, 세월이 지난 후 작사가인 노산 이은상 선생에게

그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얘기를 바탕으로 노산 선생이 노랫말을 쓰게 되었고,

박태준 선생 자신이 곡을 붙여 탄생한 곡이 바로 학창 시절 우리가 많이 불렀던 가곡 ‘동무생각’이지요.

 

박태준 선생이 다녔던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는 동산병원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독교 재단 학교여서 동산병원 옆에 있는 제일교회에 다니는 학생과 직원들이 많았고요.

박통 시절 '새마을지도자대회' 등 굵직한 행사가 열리면 남녀 합창단원으로

꼭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가 차출이 되어 '대통령 찬가' '새마을 노래'등을 불렀답니다.

합창 연습은 우리 학교 강당에서 하기도 하고 계성고등학교 강당에 모여할 때도 있는데

계성고등학교 강당은 의자식인데 우리 학교 강당은 신발을 벗어 신주머니에 넣고 들어가 방석에 앉도록 되어 있었지요.

그래서 강당 한쪽에 우리들이 앉아 있으면 계성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들어오는데

그 발가락 냄새가 장난이 아니어서

우리는  손으로 코를 집으며 갹!~~ 소리를 질러 대면

들어오던 남학생들은 주춤주춤.... 들어오지도 못하고 쩔쩔..... ㅎㅎㅎ

학생과장이 " 조용히 안 하나!~~ " 하고 소리를 백!~~ 지르시면 모두 눈만 홀 끼며 앉아 있었지요. ㅋㅋ

암튼 이래저래 만날 일이 많았던 계성고등학교와 신명여고는 그래서 몰래 사귀는 커플이 많았답니다.

오죽했으면 " 동산병원 물러 가고 구름다리 놓아라!~~~♬" 란 노래를 불렀을까요. ㅎㅎ

신명여고와 동산병원 사이의 언덕이 바로 '청라언덕'......

수도 없이 재잘거리며 돌아다녔던 그 언덕을 화면으로 보면서 '동무생각'을 들으니

노랫말이 가슴에 콕콕 와 닿았습니다.

청라언덕 백합 같던 내 동무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립습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 날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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