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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나고 다시 봄 본문
지난겨울 참 추웠다.
지금도 춥다.
아버지....
얼마 전부터 "내가 아무래도 죽지 않는 병에 걸렸는가 보다" 하고 안달하시더니
요양병원 들어 가신지 20여 일 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요양병원으로 모셨단 소리 듣고 얼마 못 가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살아생전 집이 제일 편하다 하시며 딸들 집에도 잘 가지 않으셨는데
거동이 불편하여 요양병원으로 모시니
이제 갈 때가 되었구나 하고 작심하신 듯 말문도 닫으시고 식사도 거부하셨다,
올해로 93세...
말년에는 외아들 내외와 같이 살았고
73년 같이 산 아내의 보살핌을 돌아가실 때까지 받으셨으니
문상 오신 분들은 복상이라 말하지만 죽음 앞에는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요양병원 입원하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도 그리 빨리 의식을 잃으실 줄 모르고
며칠 뒤에 내려갔는데 마지막으로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 아버지 사랑합니다" 란 말도 한마디 전하지 못한 채 보내 드려 죄송하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역사의 격변기에 태어나셔서 온갖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시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어
17세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공장에 다니셨다.
요즘의 외국인 노동자였던 셈이다.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일본에서 번 돈 다 잃었는데
설상가상 6.25 전쟁이 터지고 시장에서 돌아온 길에 전쟁터로 바로 잡혀가셨다.
엄마랑 오빠 언니 둘 남겨놓고 참전하셔서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6~7년 만에 돌아오셨으니.....
아버지도 고생하셨지만 엄마의 고생도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버지도 안 계신데 태풍이 와서 지붕 날아간 이야기,
어린아이들만 남겨놓고 장사 다녀오니 집에 불이 나서
조금만 늦었으면 언니, 오빠 모두 잃을 뻔하였다는 이야기.......
간경화로 고생하셨는데 지극정성 엄마의 간호로 기적처럼 회복하신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숱하게 들었던, 고생하며 살아오신 이야기들이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며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머릿속을 흘러갔다.
가난하여 고생은 하셨지만 그래도 비교적 건강하셨고
엄마의 보살핌을 돌아가실 때까지 받으셨고
무엇보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그리고 손자, 증손자까지
한 명도 먼저 앞세우지 않았으니 복노인이 맞긴 맞다.
돌아가시고 나니 좀 더 살갑게 해드리지 못한 것만 생각났다.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 영천의 국군묘지에 안장이 되는 걸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리 될 거란 생각에 삶이 허망하기도 해서
아웅다웅 너무 욕심내며 살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는지
조그마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책도 TV도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
애써 마음 잡으려고 산으로 갔더니
산에는 매서운 겨울바람 이겨내고 봄의 기운이 솟아나고 있었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일찍 부모님을 여읜 사람에 비하면 이 나이까지 부모님 사랑받으며 살아온
난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글 한 구절이 생각났다.
" 삶이 신비라면
그리고 탄생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신비 사이에
우리가 잠깐 존재하는 연약한 것들이라면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음'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
언 땅을 뚫고 가늘게 올라온 빨간 새싹을 들여다보며 기운을 얻고
다시 삶의 신비 속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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