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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풍경

놀멍 쉬멍 올레를 걷다(9코스)

洗心 2009. 6. 29. 03:24

 

9코스는 대평포구에서 화순해수욕장까지 가는 길로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다.

다른 길보다 좀 짧은 길인 것 같긴 한데 10코스를 더 걷기에는 무리가 갈 것 같아

그냥  화순해수욕장까지 가서 오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걷다 하니 화순 선사유적지 앞에서 A코스와 B코스로 갈라져 있는데

A코스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좀 위험하다고 해서 다음에 남편과 같이 오면 

걸어 보기로 하고 B코스로 걸었더니 화순해수욕장까지

금방 도착해 버렸다. 그냥 A코스로 걸어 볼걸 하고 잠시 후회되었지만

화순해수욕장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혼자서는 가지 않길 잘했다 싶었다. 

대신 10코스인 산방산까지 걸어가서 산방산에서 중문해수욕장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것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산방산 밑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관광 온 가족이

마침 중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태워 주셔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양치식물인 콩 짜개 덩굴

2월 초에 제주도 왔을 때 곶자왈에서 본

콩 자개 덩굴과는 달리 포자를 달고 있었다. 

이것은 석위

고란 초과(皐蘭草科 Polypldiaceae)의 상록 양치식물

날씨까지 곧 비가 올 것 같아 혼자 이런 길을 걸을 때는

워낙 겁이 많은 나는 좀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곧 방글거리는 꽃들을 보며 걷노라면 모든 걸 잊는다.

잎이 클로버랑 똑같은데 뿌리가 덩이뿌리라고 한다.

이름은 자주괭이밥.... 아쉽지만 귀화식물이라고.....

 

귤 농장의 귤들도 제법 알이 굵어가고 있었다.

 

 

벼는 아니고 소나 말의 사료로 쓰려고 키우는 것 같았다.

 

 

백화등이 나무를 타고 올라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멀리 산방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한한 구름모자를 쓰고 있네.....

해변에는 갯기름나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순비기나무

산방산 밑에 핀 나리

용머리해안.....

 바닷가에 형성된 거대한 퇴적암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펼쳐져 있는데

용머리라는 이름은 진시황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 날까

두려워한 나머지 도술에 능한 호종단에게 명하여

영웅이 날만한 곳의 지맥을 끊도록 했다.

이에 호종단은 천하를 돌며 지명을 살피다가

이곳의 해안이 흡사 용과 같다 하여 용의 허리 부분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산방산 밑 용머리해안으로 오니 하멜 기념탑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한 곳이기도 한 이곳에는

하멜 기념전시관과 하멜이 타고 온 상선 모형도 볼거리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50 평생을 항상 남편이나 친구, 친척들과 함께였는데

혼자 씩씩하게 해냈다는 것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홀로 여행의 최대 장점은 혼자 결정하고 혼자 진행하니 왈가왈부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약간의 두려움으로 긴장하기도 하고 온전히 혼자라는 사실에 외롭기도 하였지만

혼자 떨어져 멀리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나의 지난 일들도

찬찬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 무척 의미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일 수밖에 없다.

태어날 때도 혼자였듯이 죽을 때도 역시 혼자 걸어가야 할 길인 것이다.

나.........

홀로서기.......

 바쁘게 살다 보니 나 자신이 어디서 떠돌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만났던 대장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던 아저씨....

욕심만 좀 줄이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던....

회사 중역으로 허겁지겁 정신없이 살다 정신 차려 보니 말기암 환자가 되어 있더란다.

자식도 잘 키워놓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몸이 병들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라던.....

공기 좋은 제주도로 내려와서 살다 보니 건강이 좋아져서

더 이상 전이가 안되어 몇 년째 잘 지내고 있단다.

남편과 제주도 내려와 살아라고 제주도 예찬까지 늘어놓으셨다.

이렇듯 여행길에서 스치듯 만난 인연들도 소중한 추억이 되고 영양소가 된 것 같다.

 잠자리와 밥 먹을 때 혼자라는 사실이 아직  낯설고 어색했던 것 외에는  

비교적 보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홀로 여행을 시도해 보았다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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