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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 브레송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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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 브레송展

洗心 2012. 9. 3. 16:36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앙리 카르티에 - 브레송, 마지막 전시를 토요일 보고 왔습니다.

입장권을 선물로 받았는데 자꾸 미루다가 폐막 직전에야 부랴부랴 쫓아갔네요.

토요일이었고 일요일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왔더군요.

좁은 전시실에 수용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입구에 긴 줄로 서서 기다렸다 들어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전시는 갈 때마다 좀 불만스러웠는데 이번에도 역시 몇 가지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고요.

전시관은 좁은데 많은 작품이 너무 다닥다닥....

ㄱ자로 꺾이는 코너에도 2 작품을 바짝 붙여 놓아 보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미로 같은 전시장 한쪽 코너는 아예 에어컨이 작동 안 되는지 찜통....

가뜩이나 사람들이 많이 입장하여 실내공기도 탁한데 에어컨까지 안되니 땀이 삐질삐질...ㅠㅠ

작품 설명 패찰도 너무 작은 글씨로 적혀 있고 낮아서 허리를 숙이고 안경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겨우 보았네요.

그러나 "모든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으로 통한다" 란 말에 걸맞게 사진작품들은 모두 감동...

3시간에 걸쳐 꼼꼼히 보며 많이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답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이 왜 그리 오랫동안 칭송을 받을까... 보는 내내 의문부호를 달고 보았습니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사진에 익숙한 현대인의 눈으로 봤을 때 그의 사진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도 아니고

그가  사용한 사진기는 작고 조작이 간편한 35mm 라이카 카메라였는데 말입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일상의 시각과 차이가 큰 극단적인 앵글은 거부하고 표준렌즈를 즐겨 썼다고 합니다.

소박함과 일상성을 중시한 그의 사진 철학은 소재의 선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지요.

조지 6세 대관식을 취재하러 갔다가 대관식의 화려한 모습보다 구경하러 온 시민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며칠 동안 줄을 섰다가 정작 행사 중에는 잠에 빠져버린 인물 사진은 그의 사진적 관점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브레송의 사진의 미학은 우연이 빚은 장면입니다.

그는 예견치 못한 이미지를 소형 카메라로 정적인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멈춰진 한 장면이지만 운동성이 느껴집니다.

베를린 장벽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이 벽에 매달려 웃는 모습이라든가

걸음도 못 걷는 아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사진은

전쟁에 대한 허무함과 함께 삶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진이더군요.

브레송은 단 한 번도 연출을 하지 않았고  합성이나 효과도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사진 속 모든 장면들은 철저하게 인간의 삶을 그대로를 끄집어낸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자연스러운 질감이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르포르타주와 마주한 느낌...

그래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기법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바이블처럼 자리 잡았나 봅니다.

 

전시관 입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대표작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1932)가 걸려 있습니다.

비가 내린 뒤 물이 고인 파리 생 라자르 역에서 중절모를 쓴 한 남자가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기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 남자의 모습은 수면에 반사된 그림자와 완벽한 대칭구조를 이루고, 뒤쪽 벽면의 포스터 속 무용수의 동작과도 대칭됩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결정적 순간'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살아서 신화였고 죽어서 전설이 된 위대한 사진작가

20세기 근대 사진을 대표하는 작가이지 현대사진의 문을 연 선구자이며

세계 사진 거장 협회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입니다.

이번 사진전은 다섯 가지의 결정적 순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찰나의 미학, 내면적 공감, 거장의 얼굴, 시대의 진실, 휴머니즘으로

각 챕터마다 자세한 설명을 달아 놓았더군요.

이밖에도 전시장에는 브레송의 사진에 게재됐던 '라이프'지 등을 비롯해

각종 인쇄물과 논문, 에세이, 사진집 등 125점의 개인자료도 전시돼 있었네요

 

 

 

찰나의 미학

브레송은 소형 카메라 (주로 작은 라이카를 사용하였지요)로 신속한 동작의 민활한 포착을 통해

시공간의 통합 속에서 완전한 조화와 균형으로 이루어진 찰나를 잡았습니다.

그 찰나는 도형적인 완벽과 기하학적 구성의 조화와 편안한 원근감을 연출합니다.

 

시프노스, 그리스 (1961)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기하학적인 구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찰나 셔트를 눌렀네요.

하얀 벽과 짙은 문 그리고 계단... 소녀가 뛰어올라가는 모습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될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시점.. 그 찰나.. 바로 '결정적 순간'입니다.

 

http://cafe.daum.net/

 

내면적 공감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극히 짧은 지속으로서 결정적 감정의 순간을 말합니다.

내면에 감추어진 일종의 무의식이나 심연에 내재된 잠재적 감정이 대상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드러나는 때입니다.

 

입구에 걸려 있던 사진은 스리나가르, 카슈미르(1948)

힌두교의 인도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이 분리된 후 카슈미르 지역은 귀속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

카슈미르의 스리나가르 언덕에서 히말라야 산맥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맨발의 무슬림 여성들입니다.

 

 

거장의 얼굴

20세기 주요 인물들의 포트레이트  작품

그는 즉각적으로 경험한 지극히 개인적인 특이성,

예견치 못한 인상이나 지속되는 상황의 특이성으로부터 오는 감정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시실 입구에 붙어 있던 사진은 화가 앙리 마티스(1944)

앙리 마티스는 말년에 주로 꽃이나 새들을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을 하였다고 하네요.

새를 손에 들고 자세히 관찰하며 그리고 있는 모습을 포착하였습니다.

 

 

시대의 진실

20세기의 중요한 증거들을 보여 줍니다.

시대의 이대올로기로서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 카르티에 브레송은 상황, 진실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감지했습니다.

 

브뤼셀, 벨기에(1932)

 

국민당 최후의 날, 중국(1948)

 

휴머니즘

휴머니즘은 그의 사진철학입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소박함을 사랑했고 소박한 사람들을 사랑했습니다.

소박한 눈으로 보고 그러면서도 심장의 고동이 전해지는 강렬한 인간애의 순간에 주목했습니다.

 

저는 브레송이 사용하였다는 라이카 카메라에 홀딱 매혹되었네요.

브레송이 사용한 사진기는 전시장 안에 있어 촬영을 못했어요.

전시장 밖 입구에 진열되어 있던 라이카 기종 중에 저의 마음을 뺏어간 라이카 X2입니다.

 

라이카 X2

 

 

위에서 본모습

상큼합니다.

갖고 싶어라....ㅎㅎ

 

 

 

3시간에 걸쳐 좁은 공간에서 보고 나오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더군요.

천천히 걸으며 멀리 바라 보니...

안도현 시인의 글이 걸려 있습니다.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이제 아침저녁으로 가을 냄새가 솔솔 납니다.

참 많이 더웠고 태풍까지 요란한 여름이었습니다.

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간 자리 얼른 아물기를 기원합니다.

과수농가와 양식업을 하시는 분들의 피해가 특히 큰 것 같더군요.

큰 어려움을 잘 이겨 내시길 기도합니다.

힘내시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많이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역으로 걷다 하니 새로 지은 시청 청사가 보입니다.

독특한 디자인입니다.

구 건물은 어떻게 할는지...

중앙청 건물처럼 폭삭 없애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덕수궁 돌담길....

플라타너스 나무가 서있는 안쪽과 바깥쪽의 모습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쪽과 저쪽의 삶의 모습이 많이 다르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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