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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본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洗心 2012. 8. 21. 15:44

입추가 지나며 더위가 한 풀 꺾였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비가 장마처럼 계속 내리네요.

하루에도 수차례 폭우가 내리고 잠시 소강상태일 때는 습도가 높아 더욱 덥게 느껴집니다.

너무 더우니까 컴퓨터 앞에 앉기도 싫어 블로그는 아직 방학 중이네요 ㅎㅎ

암튼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는 가까운 영화관에서 재미있는 영화 보는 게 제일 좋은 피서법이더라고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남편과 가까운 영화관으로 GO GO!~ㅎㅎ

오늘은 그동안 본 영화 중에서 지난주 메가박스에서 3D로 본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매스컴에서 공연도 3D로 실감 나게 보는 시대.... 운운하며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메가박스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란 소식을 전하 더군요.

영화 <블랙 스완>을 재미있게 보았고 <오페라의 유령>도 영화관에서 보며 무척 감동받았었기에

3D로 발레를 본다면 얼마나 실감 날까.....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꼭  바로 앞에서 춤추는 것처럼 정말 입체적으로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막 생기더군요.

오리지널 해외공연팀의 공연을 보려면 적어도 10만 원 이상 줘야 볼 수 있는데

2만 원에 공연장 앞자리에서 보듯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수지맞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ㅎㅎ

그런데.....

아직은......

3D 기술력이 부족한 건가요?

발레리노들의 숨소리, 얼굴 표정, 땀에 젖은 잔근육의 움직임까지 실감 나게 보이긴 했지만

움직임이 크면 영상의 초점이 맞지 않고 멀리서 군무를 출 때면 무대 위에 작은 인형들이 서서

춤을 추고 있는 듯 전체 배경과 동떨어져 보이더군요.

역시 현장성의 매력을 기술력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카메라 프레임을 벗어나면 잘려 나갈 뿐 아니라 음악도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가 아니어서 귀가 많이 괴롭더라고요.

그래도 출연한 무용수들의 춤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정도였고

그동안 여성 백조만 보다가 힘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근육질의 남성 백조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현대발레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매튜 본이 독창적인 안무로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를

현대의 감각에 맞게 재탄생시킨 무용작품인데 초연 이래로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한 무용작품이라 합니다.

 

머나먼 동화 속 이야기만 같던 원작의 스토리를 폐기하고 현대 영국의 왕실로 배경을 옮겨

사랑을 갈구하는 유약한 왕자가 그가 갖지 못한 강인함과 아름다움, 자유를 표상하는

환상 속의 존재인 백조 사이에 펼치는 가슴 아픈 심리 드라마로 바꿔 놓았습니다.

매듀 본은 섬세하고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깃털 바지에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낸 남성 백조들을 기용하였고

남성 백조들의 군무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힘과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주인공 백조 역을 왕자가 동경하는 힘과 아름다움, 자유를 지닌 상징물로 새롭게 설정했고

남성 백조로부터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왕자의 이야기란 점이 동성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강인하고 야성적인 백조는 나약한 왕자가 꿈꾸는 '이상향' 곧 왕자 자신일 뿐입니다.

 

본 작품의 오리지널 캐스트였던 <아담 쿠퍼>의 극 중 매력적인 비상 장면은

<스티브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엇>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널리 각인되었지요.

1995년 ,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후 세계 각국에서 수차례 공연되면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무용공연이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공연예술계의 최고의 상인 토니상 3개 부문(최고 안무가상, 최고연출가상, 최고 디자인상)을

모두 거머쥐었고 초연이래 수상한 국제적인 상만도 3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여러 번 내한공연을 했었네요.

남자 무용수들의 땀방울이 튀어 올 정도로 가까이에서 봐야 실감 나는 공연이라 하던데

3D 영화여서 진짜 튀어 오진 않지만 땀에 젖은 근육의 움직임은 실감 나더군요.ㅎㅎ

원작이 가련한 백조 공주가 왕자에게 구원받는 이야기라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왕자가 백조에게 구원받지요.

 

몸짓으로만 표현되는 무용공연이지만 스토리는 쉽게 와닿았습니다.

매일 틀에 박힌 듯한 왕실의 의무에 신물이 난 왕자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여왕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천박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를 만나 사랑하지만 버림받고 자살을 시도하는 유약하고 소심한 왕자에게

위협적일 정도로 강인하고 야성적인 백조가 나타나 왕자에게 힘을 줍니다. 

잃어버린 자신감과 강한 자아를 상징하는 듯한 그들은 왕자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수호자이기도 합니다.

다시 힘을 얻고 돌아온 왕궁에서 열린 무도회....

아름다운 왕녀들과 귀족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너무나 매혹적인 남자가 나타나

여왕을 비롯한 모든 여자들이 그의 강렬하고 절대적인 매력에 푹 빠집니다.

자신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던 어제의 백조와 꼭 닮은 그 남자는 왕자가 그동안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단박에 가져가며 자신을 비웃자 왕자는 혼란에 빠져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침대를 뚫고 올라오기도 하고 밑에서 튀어나오기도 하는 백조 떼들....

그들은 왕자에게 강인한 힘을 주던 백조가 아니라 왕자의 나약한 마음에서 나와 왕자를 공격하는 두려움입니다.

왕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상징하듯 피를 흘리는 한 마리 백조가 왕자를 도와주려고 백조 떼의 공격에 맞서 보지만

결국 왕자는 쓰러지고 맙니다.

 

아래 백조는 바로 이번 영화에 등장한 '리처드 윈저'

아담 쿠퍼의 날카롭고 몽환적인 인상, 매력적인 연기가 매튜 본의 야생 백조에 너무나 완벽하게 맞았기에

리처드 윈저의 등장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네요.

 

 

 

아담 쿠퍼의 공연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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