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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洗心 2012. 7. 13. 11:50

비가 오락가락하는 어제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을

다음에서 1000원에 다운로드하여 보았다.

극장 개봉 당시에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놓쳐 버려서

시간만 나면 한번 봐야지 했었다.

2009년 나온 영화인데 그 당시 호평을 받았던 영화라....

 

영화를 보는 내내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늙음과 병, 그리고 죽음....

부모와 자식, 부부의 사랑....

그리고 꿈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복잡한 도쿄 지하철과 화려한 도심의 야경....

벚꽃 핀 공원의 모습은 서울과 비슷했지만

만년설이 뒤덮인 후지산이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주인공 트루디가 좋아한 춤 '부토'.... 

마지막 장면.... 후지산이 반영되어 아름다운 호수 앞에서

주인공 루디가 아내 트루디의 혼령과 추는 부토 춤은

너무도 슬프고 강렬하여 보고 난 후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주인공 트루디가 잠옷으로 입고 있던 기모노풍의 의상도 그렇고 부토 춤...

독일인들의 일본에 대한 동경.....

그 문화를 좋아하는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영화여서

약간 질투도 나고 했지만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만든

여성 감독 도리스 되리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영화 장면들 중 몇 장면은 아름다운 풍경을 꼭 스틸 사진 보여 주듯이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일어로 된 포스터

한국에서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이란 제목으로 상영되었지만 

독일에서는 'Kirschblüten' 우리말로는 '벚꽃' 이란 뜻이란다.

 

 

슬하에 2남 1녀를 둔 노부부 트루디와 루디

남편 루디는 공무원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평소 하루에 사과 한 알만 먹으면 건강은 염려 없다는 소신을 가진 남편 루디가

암에 걸려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사로부터 전해 들은 트루디는

남편 루디에게 그 사실을 숨긴 채 베를린에 있는 큰아들과 딸을 만나러 가자고 한다.

베를린에 도착한 부부는 반가운 마음도 잠시...

 각자의 일상이 있는 자녀들에게 노부부는 귀찮은 존재임을 눈치챈다.

그래도 다행히 베를린에서 바쁜 딸을 대신하여

딸의 동거녀와 같이 부토 춤 공연을 본다.

부토 춤을 배우고 싶은 꿈을 가졌던 트루디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보지만

부토 춤에 관심 없는 남편 루디는 공연장 밖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기다린다.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자신의 일상에 뛰어든 부모들이

부담스럽다는 내색이 완연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딸까지도 못 견뎌하는 모습에 노부부는

오래전 다녀온 발틱해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이 장면...

포스터 장면이기도 한.....

춥다고 하는 남편 루디에게 자신의 스웨터 팔 한쪽을 입혀

앉아 있는 모습에 가슴이 짠하였다.

 

 

그러나 트루디는 남편에게 춤을 추자고 하고 루디는 못 이기는 척 함께 춤을 춘 그날 밤

아내 트루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장례식이 끝나고 혼자가 된 루디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 안 곳곳에는 아내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홀로 남은 남편은 집을 정리하고 옷가지를 챙겨 아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 일본으로 가기로 한다.

도쿄에는 아내가 가장 사랑한 막내아들 칼이 살고 있고

후지산을 보고 싶어 하던, 벚꽃과 부토 춤을 좋아하는 아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곳 일본으로....

 

칼의 집에서 머물던 루디

낯설고 힘든 도시에서 코트 속에다 아내의 옷을 입고 목걸이를 한 채

아내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아 나선다.

어느 날 루디는 벚꽃이 만발한 공원에서 부토 춤을 추고 있는 떠돌이 소녀 유를 알게 된다.

죽은 엄마와 함께 부토 춤을 춘다는 유에게 루디는 그림자 부토 춤을 배운다.

그러나 막내아들 칼도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을 굉장히 힘들어 하는 걸 알게 된 루디는

유와 함께 후지산을 보기 위해 떠난다.

 

 

 

 

후지산이 잘 보이는 여관에 머물며 후지산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생명의 끝자락에 다다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루디를 유는 밤새 보살펴 주고......

진통이 잦아들며 새벽녘에 일어난 루디가 창을 열어 보니

그토록 수줍게 보여주지 않던, 만년설을 뒤집어쓴 후지산이 말간 모습으로 서 있다.

힘겹게 일어나 부토 화장을 하고 아내 옷을 입은 루디는 후지산이 보이고

반영이 멋진 호숫가에서 부토 춤을 춘다.

어느덧 죽은 아내 트루디가 와서 함께 춤을 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유골함을 챙겨 독일로 간 칼과 자식들은 장례식을 치르게 되고

반년도 안돼 고아가 된 자신들이 기가 막힌다.

무엇보다 18살 소녀와 여관에 가서 지냈고 여자 옷을 입고

해괴한 화장을 한채 죽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녀 유는 다시 공원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부토 춤을 추고...

바로 옆 벤치 위에는 루디의 모자가 놓여 있다.

그리고 후지산과 호수가 비치며 영화는 끝이 났다.

 

그녀는 어디 있지?

그녀의 몸은 어디에 있지?

내가 죽으면 그녀에 대한 기억은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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