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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솜 이불

洗心 2020. 12. 19. 11:25

 

37년 전
시집올 때 친정엄마가
목화솜 이불과 요 두 채
그리고 명주솜 이불을
직접 만들어 주셨다.

아파트와 침대생활로 바뀌고
아이들 키울 때는 이불 홑청 빨아
시침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어서
장롱에 모셔 두기만 했었다.
몇 번 정리하고 싶었으나
목화솜과 명주솜을 최고로
좋은 것으로 했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없애지는 못했다.
그 후 웰빙 바람이 불면서 목화솜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던 목화솜이불을
솜틀집 가져가서 솜을 털어
두 아들의 이불과 요를 만들었는데
아들은 결혼 전까지 잘 덮었다
알맞게 묵직해서 잠이 잘 온다나 ㅎ

명주솜은 자주 털면 안 된다고 해서
명주솜 이불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붉은 비단에 수놓은 모란과 금붕어 가
예쁘기도 하고 엄마의 손길이 느껴져
해바라기만 가끔 해주며 간직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끔 꺼내 덮어 보니
알맞게 눌려서 아들 말처럼 잠이 잘 왔다.
요즘 기온이 뚝 떨어져서 다시 꺼내
덮어 보니 정말 포근하고 좋다
호청의 깔깔함도 좋고~
할머니가 된 이 나이에도 엄마 품이
그리운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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