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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화백 그림을 보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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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화백 그림을 보며.....

洗心 2011. 2. 16. 16:40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전시 중인 갤러리현대를 다녀왔습니다.

그림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그림들이었어요.

그는 손바닥 만한 화폭 속에 해와 달, 나무와 집, 소와 까지, 가족 등 소박한 이미지를 담아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자화상은 크기가 1호(엽서 크기가 1호) 정도로 정말 손바닥만 했지요.

나머지 그림들도 10호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마침 11시에 도슨트 설명이 있어 그림이 작은 이유를 들었습니다.

유화를 배우고 싶어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가난하여 좁은 방 안에서 작은 캔버스를 놓고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셨답니다.

그 후에도 계속 쪼그리고 앉아 그리셨는데 그 이유는 술과 담배를 너무 사랑(?) 하여

작은 그림을 그려야  그리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한잔 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라네요.

전시장에는 장욱진 화백의 화실을 그대로 가져와 전시해 놓았는데

전시된 곳에는 없지만 돗자리 오른쪽 큰 붓통 앞에는 항상 커다란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시대별로 전시된 작품을 보니 1950년대의 초기 작품들은 유화물감을 많이 쓰고

긁어낸 위에 덧칠을 하였는데 점점 후기로 갈수록 그림이 단순해지면서 

캔버스의 질감이 보일 정도로 물감을 얇게 발라 수채화 같은 느낌이 나더군요.

그리고 '먹그림'이라 부르셨다는 그림들을 보니 서양화라기보다

일필휘지 단숨에 써내려 간 붓글씨 같기도 하고 담백하게 그린 수묵화 같았습니다.

그림들이 너무 단순하여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들 그림 같았는데

'도인(道人)의 경지에 이른 분이란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장욱진 화백은 도덕경의 노자사상에 아주 심취하신 듯했어요.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서울대 미대 교수를 잠깐 하시다 그만두고 덕소로 내려간 후로는

그림 그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다 합니다.

큰 딸이 한번 아버지에게 갔다가 너무나 궁핍한 생활을 하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울면서 돌아왔을 정도로 안빈낙도의 삶을 사신 듯합니다.

덕소, 수안보, 용인 등에 조그만 초가집에서 살며 작업을 했는데

생계는 부인이 서점을 운영하며 2남 4녀를 키워 냈답니다.

부인 이순경 여사는 지금도 살아 계시는데 온 생을 불교에 의존하며 고행의 시간을 보냈을 듯합니다.

그래서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보면 가족을 그린 그림이 많습니다.

그것은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내를 그린 그림도 있었는데 아내의 법명을 딴 진진 묘 <眞眞妙>란 그림입니다.

아내를 그렸다는데 부처님 얼굴 같았습니다.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까치는 2남 4녀의 자녀 중 막내아들이 백혈병으로 1979년에 죽었는데

그 후  나무 위와 마당에 까치를 그려넣음으로써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회화로는 드물게 문화재로 지정된 <자화상>

1951년에 그린 그림인데 연미복을 입고 수염을 기른 신사가

황금들판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고독을 즐기는 자신과 동시에 전쟁을 잊고 싶은 작가의 심정이 잘 나타납니다.

 

<밤과 노인> 1990년 작.

이 그림 앞에서 숙연해졌습니다.

장욱진 화백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래 그림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큰 딸이 돌아가시기 전 위의 노인이 없는 그림을 그려 놓은걸 보았는데

며칠 후 돌아가셨고 이 그림을 꺼내 보니 위의 노인이 그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집과 마을을 등지고 흰옷을 입고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는 노인이 바로 장욱진 화백.

자신이 죽을걸 미리 아셨던 거죠.

죽기 전 병상에 누워 있었던 것도 아니고 73세되던 겨울, 점심 식사 후 갑자기 돌아가셨다는데

어떻게 예감했을까요.

고승들 중에도 간혹 죽을 날을 미리 예견한 분이 있다고 하더니

아마 그런 경지에 이른 분 같았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내 몸과 마음을 다 써버릴 작정이다. 남는 시간은 술을 마시고… "
욕심 없이 도인처럼 산 분의 맑은 영혼이 느껴지는 그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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