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로 바라본 풀꽃세상

영화 - <우리도 사랑일까?> 본문

공연, 영화,음악, 전시회

영화 - <우리도 사랑일까?>

洗心 2013. 1. 11. 22:10

 

9월에 상영할 때 평이 괜찮아서 보려고 하다 놓친 영화인데 요즘 추워도 너~~ 무 추워서 방콕 하다 심심해서 보았네요.

처음에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보았는데 보다 하니 햐!~~ 글쎄 꽤 잘 만든 영화더라고요.

 

여성 감독이라 그런지 삼각관계 사랑이란 진부한 소재를 주인공 마고(미셀 윌리엄스)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했더군요.

암튼 이 영화의 주제부터 말하자면........" 새 것도 곧 헌 것이 된다"입니다.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란 대사로 유명한 영화 <봄날은 간다>처럼 

사랑의 순간, 사랑의 열병, 환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첫 장면과 끝장면이 같습니다.

온화한 톤의 부엌에서 주인공 마고가 머핀을 만들다 오븐 앞에 주저앉으며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요.

프리랜스 작가인 주인공 마고(미셀 윌리엄스)는 닭요리책 작가인 남편과 5년째 연인처럼 오누이처럼

정답게 살아가는 커플입니다.

겉보기에는 야릇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직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는 이상이 없는 듯 보이지만

자세힌 들여다보면 일상의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기가 왔음이 감지됩니다. 

그러던 중 루이스버그로 출장을 가게 된 마고는 비행기에서 만난 남자 '대니얼' 에게서 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낍니다.

방향이 같아 같이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데.... 알고 보니 바로 길 건너 앞집에 사는 이웃 남자였네요.

그 후 한번 끌리기 시작한 마음은 멈출 수가 없는지 서로의 감정을 저울질하며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계속되고....

그러나 착한 남편과의 이별은 생각도 할 수 없기에 갈등하는 마고.....

결국 마고는 대니얼에게 30년 후에 만나자는 이별통보를 하게 되고 대니얼은 이사를 가버립니다.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여 대니얼이 떠나 버리자 마고는 대니얼이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결국 남편에게 털어놓게 되고....  남편 곁을 떠나 대니얼에게로 달려갑니다.

이렇게 대강의 줄거리로만 보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삼각 로맨스에 그칠 영화이지만....

 

 

영화는 일상에서 사소하게 권태를 느끼던 결혼 5년 차 여성이 새롭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

행복해하고 괴로워하는 과정을 여성 감독이라 그런지 놀라울 정도로 찰나의 감정에 대한 포착을 잘하였습니다.

" 나 사실 결혼했어요" " 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요" 란 마고의 대사처럼

낯선 파장으로 흔들리는 느낌과 남편의 등을 쓰다듬으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 새로운 연인 대니얼을 바라보는 마고의 시선....

수영장에서 절대로 서로의 몸을 건드리지 않고 유영하는 마고와 대니얼의 모습까지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잘 묻어 나는 장면들...

남편에서 대니얼로 옮겨가는 마고의 심리까지 탁월하게 표현하였네요.

그러나 익숙함이 권태가 된 순간 찾아온 사랑은 처음처럼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 장면 중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이 두 번 나옵니다.

한 번은 대니얼과 같이, 그리고 마지막에 마고 혼자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두 장면이 답이 될 듯합니다.

대니얼과 함께 탄 놀이기구가 빙글빙글 정신없는 속도로 돌아가고 번쩍번쩍 환상적인 사운드와 조명으로

두 사람은 잠시 황홀경에 빠집니다.

그러나 놀이기구가 멈추자 가슴을 콩닥 이게 만들던 음악과 황홀한 조명이 사라지자 두 사람이 뻘쭘해하는 장면.....

이때 나오는 음악이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결국 수영장 샤워실에서 할머니들이 말했듯이 " 새 것도 곧 헌 것이 된다"....

샤워장의 할머니와 젊은 여인들과의 대비되는 몸...... (완전 나체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그 할머니들도 한때는 아름답고 싱싱한 인생의 황금기가 있었음을...

그리고 젊음은 언젠가 늙음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지요.

육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에도 똑 같이 해당되는 말입니다.

서로 황홀했던 사랑의 순간이 지나고  콩깍지가 벗겨진 두 사람은

전 남편과의 관계에서 처럼 어쩔 수 없는 익숙함의 권태가 찾아 오지요.

 

 

마고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남편 루...

마고가 떠나기 전 샤워할 때 그동안 줄곧 그랬듯이 샤워 커튼 너머로 찬물을 끼얹습니다.

마고는 그동안 찬물 수도꼭지가 한 번씩 고장 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동안 장난으로 남편이 그랬다는 걸 알게 되지요.

이렇듯 한결같은 남편 루는 가슴 아프지만 조용히 마고를 떠나보내고 

닭요리책 만드는데 더욱 집중했는지 만든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전남편 루의 누나가 말한 대사.....

"삶의 빈틈을 억지로 메우려고 하지 마 너만 그런 게 아니니까...

삶의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사는 게 과연 좋을 것 같아?"

이 말이 참 와 닿았습니다.

주인공 마고가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기를 벗어나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행위....

그러나 완벽한 사랑은 과연 있기나 한 걸까....

과연 삶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살 수나 있을까?....

삶의 빈틈이 참을 수 없어 메우려 하다 보면 더욱 어긋나 버리는 게 인생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변화를 시도하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뭐 이런 사유까지 하게 되는 영화였네요.

 

 

언제나 맛있는 요리를 해주던 착한 남편을 버리고 마음 가는 데로 자유로운 삶을 다시 선택했지만

결국 그들 사이도 무덤덤한 일상이 되어 버리고...

두 사람이 황홀한 순간을 만끽했던 그 놀이 기구에 혼자 탄 마고...

음악에 따라 눈을 감고 몸을 흔들어 보지만......

우리도 사랑일까?......

인생과 사랑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온전히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지요.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온몸을 던져 보는 수밖에........

 

 

마고 역으로 나왔던 미셀 윌리엄스를 보면서 마릴린 몬로를 많이 닮았단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릴린 몬로와 함께 한 일주일>에서 마릴린 몬로 역을 했던 배우였네요.

처음에는 남편 루와 장난 삼아 나누는 엽기적인 대사와 표정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보다 하니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에는 벌써 끝난 영화를 소개하려니 뒷북을 친 느낌이지만 

이 정도 영화는 요즘처럼 추워서 외출하기 싫은 날 따뜻한 집에서 다운로드하여 보셔도 좋으실 듯해서요.ㅋ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