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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따라 걷기( 진뫼마을~ 천담마을)

洗心 2009. 10. 30. 17:43

천담 가는 길

                            김용택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 따라
나도 피어나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릴라요
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 따라
나도 질라요
강물은 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
내 지나 온 자리
뒤돌아 보면
고운 바람결에
꽃피고 지는
아름다운 강 길에서
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
바람에 흔들리며
강물이 모르게 가만히
강물에 떨어져
나는 갈라요

토요일 밤새 내려가서 새벽부터 전북 임실의 옥정호를 잠시 보고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 님의 고향이며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을 출발하여

 천담마을 - 구담마을- 회룡마을 - 장구목 - 구미교까지 총 11km 걷기 하고 왔다.
김용택 시인이 ' 서럽도록 아름답다' 고 했던 길이 바로 이 길이다.
90년대 초 2년간 진뫼마을의 집에서 천담마을의 분교까지 4km 되는 이 비포장 길을

매일 걸으며 자연의 세세한 변화에 경이로움과 신비감을 느꼈고

이 10리 길이야 말고 천국의 길이었다고 표현하셨던 그 길이다.

군데군데 일손이 모자라는지 논에 익은 벼가 그냥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가을걷이가 끝났고
감나무의 잎은 다 떨어져 감만 주렁주렁 달려 있거나 다 따내고

까치밥만 몇 개 남겨둔 감나무도 있었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섬진강 길을 따라 걷자니 먼 길 달려온 피곤함이 단박에 날아 가는 것 같다.

 

 

옥정호를 보고 버스는 다시 달려 진뫼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내려 주었다.

가을걷이가 끝나 곳곳마다  벼를 말리느라 길 위에 널어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돌담길 정겹기만 하다.

 

 

무,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고

멀리 쓰러질 듯 낡은 집들이 농촌의 현실을 말해 주는 듯해서 가슴 짠했다.

 

 

빨간 홍초가 피어 있는 골목길....

뒤의 파란 양철집과 어울려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침 동네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셨는데 찍고 싶었으나 

카메라를 들이댈 용기가 없어 멀리 잡았다. 

이럴 때 망원이 필요한데 무겁다고 광각만 들고 갔으니 어쩔 수 없다.

 

 

 허름한 담이지만 담쟁이가 멋지게 수를 놓아주어 아름다운 담장이 되었다.

 

 

감나무에 잎들은 다 떨어지고 감도 따고 까치밥으로 남겨 둔 것인지 몇 개만 달려 있었다. 

 

 

이른 시각이라 아침 안개가 자욱해서 길이 더 운치가 있다.

 

 

일손부족으로 그냥 두었는지 아니면 추 매수가가 턱없이 낮으니 아예 추수를 포기한 것인가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논들이 더러 보였다.

 

 

강가에 억새도 피어 있었지만 달뿌리 풀이 많이 보였다.

 

 

 

 

김용택 시인의 생가

아직 그의 어머님이 생활하고 계신다.

문패에 김용택이라고 적혀있다.

 

 

 

 

 

 

진뫼마을을 옛날에는 장산이라 불렀는지 마을 입구에도 장산마을이라고 적혀 있었고

마을 가운데 있는 정자에도 ' 장산루' 란 편액이 걸려 있었다,

 

 

울곡 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붉나무가 유난히 더 붉다.

 

 

길가에 누리장나무의 보랏빛 열매가 보석처럼 빛나고....

 

 

굽이굽이 돌아치는 섬진강 줄기 따라 길은 계속되고....

 

 

걷는 동안 심심할까 봐  곳곳에서 웃어주는 쑥부쟁이

 

 

마을 초입의 백일홍은 빛을 받아 더욱 투명한 선홍빛으로  반겨 주었다.

 

 

 

 

 

 

 

 

걷고 또 걷고

길 위의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걷고 있을까

 

 

걷기는 맑은 즐거움이다. -- 다산 정약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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